요즘 누구나 하나쯤은 챙겨 먹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양제입니다. 나이 불문, 세대 불문, 몸의 어느 부분이든 결핍을 느끼면 우리는 가장 먼저 영양제를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부터 ‘건강을 위해 챙겨야 하는 것’으로 세뇌되다시피 배워온 영향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영양제에 대해 과연 우리가 올바르게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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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양제를 먹고 있다
저도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생님, 제가 요즘 이걸 먹고 있는데요…”라고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볍게는 비타민 한두 알부터 많게는 20가지 이상 드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특히 40대가 넘어가면 몸의 피로가 확연하게 다가오고, 어디선가 결핍이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 사람들은 ‘비타민’, ‘마그네슘’, ‘철분’ 등을 생각하며, 마치 종합 선물 세트처럼 약봉지를 채워 나갑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걸 제대로 챙기고 있는 걸까요?
영양제, 과연 약일까요?
많은 분들이 ‘영양제도 효과가 있는 약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영양제는 기본적으로 식품입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며, 법적으로 의약품 수준의 효과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효과가 있다면 오히려 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영양제의 ‘효능’은 상당 부분 플라세보 효과, 즉 심리적인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실망을 낳고, 그 실망은 다른 영양제를 또다시 찾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항산화제, 콜라겐, 간 영양제
가장 흔하게 섭취하는 항산화제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생성되는 적당량의 활성산소는 오히려 우리 몸에 유익합니다.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면역 기능을 자극하며, 세포 재생을 돕는 역할까지 하죠. 이를 지나치게 제거하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오히려 암세포 제거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콜라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먹으면 피부에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화 과정에서 일반 단백질처럼 분해되어 흡수되기 때문에 특별한 효능이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피부에 바르는 콜라겐 또한 진피층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 영양제, 특히 실리마린 성분은 피로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자주 찾지만, 다수의 연구에서 간 기능 개선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효능 입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약이 쌓이면 병이 된다
어르신들 중에는 병원을 옮겨 다니며 약을 수집하듯 드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흔히 ‘닥터 쇼핑’이라 불리는 이런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77세 여성 환자께서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 외에도 여러 병원을 통해 방광약, 수면제, 소화제, 식욕 촉진제, 치매약까지 처방을 받으셨습니다. 처음에는 활발하게 생활하시던 분이었지만, 약 부작용이 쌓이면서 기운이 빠지고,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약물 정리만으로 수면, 식사, 배변이 개선되고 인지 기능도 회복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약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상에 약보다는 습관 개선이 우선입니다
누구나 몸의 불편함은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모든 증상을 약으로 없애려는 시도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에 자주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도 브릿지 운동이나 케겔 운동 등으로 개선이 가능합니다. 불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에게 흔히 처방되는 수면제는 장기 복용 시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매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마음 챙김, 명상이 가진 놀라운 힘
정신적인 안정과 집중력 향상, 스트레스 완화는 결국 치매 예방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음 챙김’은 단순히 눈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입니다.
저는 달리기 명상, 수영 명상, 걷기 명상 등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추천드립니다. 심지어 설거지를 하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며 오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진짜 노후 준비는 ‘근육’에서 시작됩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강력한 투자 방법은 바로 근육을 유지하고 키우는 것, 즉 근테크입니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혈당 조절, 면역 기능, 대사 조절 등 전반적인 건강의 핵심 축입니다.
근육 1kg의 가치는 약 1,300만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바디 분석 결과, 30대, 40대 두 분 모두 4억 원 이상의 근육 자산을 가지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운동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건강한 노후에 대한 투자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노후의 적, 의료비와 간병비
노년기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의료비와 간병비입니다. 65세 이상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연간 500만 원에 달하며, 임종 전 1년간 의료비는 4,000만 원을 넘습니다. 여기에 하루 15~20만 원의 간병비까지 더해지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이 지출되는 셈입니다.
지금 운동하고,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노년은 소외의 시기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노년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노년은 버려지는 시기가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는 황금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건강을 잘 관리하면, 노인은 더 이상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활발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지금 나의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하루 10분 걷기, 간식 대신 견과류 한 줌, 과도한 영양제 대신 균형 잡힌 식사.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로, 우리는 충분히 건강한 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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